로앤비

기타기능버튼들


검색어

글자크기
인쇄 파일저장 공유

서울 방학동 화재 발생 아파트에 얽힌 경매 스토리

최광석 변호사의 부동산칼럼 /최광석 /2024.01.04
관련정보
X
검색결과 보기
성탄절인 2023년 12월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소재 아파트 3층 어느 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러 명이 죽거나 부상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자문하는 과정에서, 화재 당시 해당 아파트 호실이 경매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등기부등본 등 경매자료에 대한 확인 결과 감정가 약10억원 정도인 해당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기준 11억원 이상의 근저당권이 존재하는 등 해당 아파트 소유자는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고, 비록 잔금미납되기는 했지만 두 번의 유찰 끝에 화재발생 두달 전 무렵인 10월 중순 7억4천만원에 김모씨에게 낙찰되어 조만간 집에서 쫓겨날 수 있는 위기까지 몰린 상태에서, 잔금납부하기도 전에 해당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해당 호실을 특정한 날짜까지 비워달라’는 취지로 낙찰자 명의의 퇴거명령서가 부착되었고, 경제적 문제로 주인 부부가 자주 다툼이 있었다는 아파트 주민의 목격담으로 볼 때, 이번 화재는 소유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짐작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해당 아파트 경매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우여곡절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낙찰자는 잔금 납기일인 11월말까지 낙찰잔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침체 기조에서 고가낙찰을 받았다는 후회 내지 잔금마련의 어려움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만약, 화재를 예상하지 못한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했더라면 낙찰자는 구제될 수 있을까? 잔금납부로 확정적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면, 그 후 화재발생은 경매취소나 대금감액 사유가 될 수 없고, 단지 화재 원인제공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만이 가능하다. 만약 그 사람이 전소유자라면 무자력으로 인해 실제 배상은 거의 어려울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낙찰자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해당 호실에 대한 낙찰잔금 미납으로 비록 6천4백여만원의 보증금을 몰수당할 수 있지만, 전소에 가까운 화재 규모로 볼 때 더 큰 손해는 피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화재 이후 경매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
경매자료에 의하면 해당 아파트 경매절차에는 약 7억3천만원을 기재한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었고, 차순위매수신고인에 대해 매각허가의 기회가 돌아갈 여지가 있다.
민사집행법 제137조(차순위매수신고인에 대한 매각허가여부결정) ①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는 경우에 매수인이 대금지급기한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 매각을 허가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다만, 제142조제4항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대형화재라는 큰 변수발생으로 차순위매수신고인에 대해서도 매각이 불허가될 가능성이 커서, 재매각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사집행법 제138조(재매각) ① 매수인이 대금지급기한 또는 제142조제4항의 다시 정한 기한까지 그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부동산의 재매각을 명하여야 한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차순위매수신고인이 매각허가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되, 감액을 신청한다면 감정평가를 거쳐 매각금액이 대폭 감액될 여지도 있다.
대법원 2004. 12. 24.자 2003마1665 결정[부동산낙찰허가]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그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었는데 그 매각대금 지급기일이 지정되기 전에 그 매각목적물에 대한 소유자 내지 채무자 또는 그 매수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그 매각목적물의 일부가 멸실되었고, 그 매수인이 나머지 부분이라도 매수할 의사가 있어서 경매법원에 대하여 그 매각대금의 감액신청을 하여 왔을 때에는 경매법원으로서는 민법상의 쌍무계약에 있어서의 위험부담 내지 하자담보책임의 이론을 적용하여 그 감액결정을 허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재매각과정에서도 화재발생에 따른 감정평가를 새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파트 호실이 “멸실”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면, 재매각마저도 불가하고 경매취소될 여지도 있다.
민사집행법 제96조(부동산의 멸실 등으로 말미암은 경매취소) ① 부동산이 없어지거나 매각 등으로 말미암아 권리를 이전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게 된 때에는 법원은 강제경매의 절차를 취소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취소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낙찰 이후 배당문제도 간략하게 살펴봤는데, 기존 낙찰금액 7억4천만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선순위저당권자인 신한은행의 근저당채권 약4억원을 감안하면, 채권최고액 기준 7억1천만원의 후순위저당권을 가진 대부회사는 큰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물며, 이번 화재로 인한 새로운 감정평가 결과 상당한 감액이 이루어지고, 당분간 부동산경기 하락가능성이 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자칫 선순위저당권자에 대한 전액 배당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정확한 팩트는 아니지만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낙찰자가
잔금납부하기도 전에 해당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해당 호실을 명시하여 ‘특정한 날짜까지 비워달라’는 취지로 퇴거명령서를 부착한 사실이 있다고 하는 바, 만약 사실이라면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명예는 훼손될 수 밖에 없는데, 그 목적이 “신속한 명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자면 위법성조각의 여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쉽고 빠른 명도를 위해 원칙적인 법적 절차 보다 위법 소지가 있는 수단을 서슴치 않는 우리 경매현실의 단면일 수 있다. 무리한 망신주기행위를 하다가 결국 낙찰자 스스로가 적지 않은 입찰보증금을 포기하면서 잔금을 미납했고, 공교롭게도 그 직후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런 갈등과정이 화재발생과 연관된 것은 아닌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