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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

진앤리 법률칼럼 /류정모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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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여 중대산업재해를 예방,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하여 통상적으로 개별 사업장을 총괄∙관리하는 현장소장, 공장장 등을 처벌하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조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직접 부담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에서 “경영책임자등”은 (1)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2)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개인사업자나 회사의 지분을 과반수 이상 보유한 단독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크게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 회사에 대표이사와 별도로 ‘안전전담이사’가 등기되어 있거나, (2) 회사의 대주주가 별도로 존재하고 회사의 지분이 없거나 미미한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 누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견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2021. 11.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는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최고책임자라 하더라도 사업 경영대표자 등으로부터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 인력 예산에 관한 총괄 관리 및 최종 의사 결정권을 위임받은 경우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고’, ‘다른 경영책임자가 선임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회사의 안전을 전담하는 별도의 ‘안전전담이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사람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에서 실제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자, 대주주에 대하여는 수사조차 개시되지 않고 회사 보유 지분이 없거나 미미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만이 입건되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물론 상법에서 정하는 주주의 권한만을 행사한다면, 회사의 단순 주주가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는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기준으로 “경영책임자”를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직함 없이 뒤에서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소위 “회장님”은 회사를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총괄하였음을 수사기관이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정통한 법률가들을 총동원하여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면 “바지사장”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되고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회장님”은 다 빠져나가니, 중대재해처벌법의 기본적인 취지조차 몰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