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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형제·자매에 무조건 상속하는 유류분 조항은 위헌"

법률신문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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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상실 사유 미규정 입법부작위 등은 '헌법불합치'

유류분 상속인에 형제·자매를 포함한 현행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유류분이란 망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헌재는 25일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제1112~1116조, 제1118조 등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등(2020헌가4 등)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또 △유류분을 받지 못할 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은 입법부작위(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와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제1118조)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정 시한을 못박았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법 공백 사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다만 헌재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이 동일한 것을 포함해 유류분권리자와 유류분이 획일적인 부분, 피상속인이 행한 증여를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하는 부분 등에 대해선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를 유류분(遺留分)이라고 한다.
헌재는 또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할 것이므로, 민법 제1112조에서 유류분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아울러 "민법 제1118조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된다"며 "이에 따라 기여상속인은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 부분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그러나 유류분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 변화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헌재는 이날 법원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사건과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 등 총 40여 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앞서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조항들에 대해 2010년과 2013년 총 세 번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민법상 유류분제도와 관련해 제도 자체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유류분제도를 구성하는 각 유류분 조항의 합헌성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라며 "유류분제도는 오늘날에도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계속 인정하면서도 일부 유류분 조항에 대하여 위헌·헌법불합치을 선언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